[양장]2005   207p

노년, 치매 그리고 죽음, 삶의 본질적인 문제에 맞닥뜨린 열두 살 소녀의 성장기를 그리고 있는 작품으로 한창 사춘기를 겪고 있는 주인공 나탈리가 자신의 내면의 고민뿐 아니라 자신을 둘러싼 환경으로 인해 고민과 방황을 반복하다 시야와 생각을 좀 더 넓혀 나가 결국은 성장하고 마는 이야기를 아주 담백하면서도 현실적으로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그렇지만 사춘기 아이들의 심리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눈을 빌어 우리 사회에도 화두가 되었던 안락사 문제, 노인들의 복지 문제에 대해서도 고민거리를 던져 주고 있다.

새로운 학교로 전학을 간 나탈리는 터지직 직전의 풍선처럼 잔뜩 약이 올라 있다. 한창 사춘기를 겪고 있는데도 엄마 아빠는 도무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빠는 새로운 일로 너무 바쁘고, 엄마는 직장 상사와의 갈등 때문에 늘 신경이 곤두서 있기 때문이다. 나탈리의 마음을 헤아려 주는 건 외할머니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나탈리는 충격적인 일을 목격하게 된다. 버려진 치매 노인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순간, 나탈리는 너무나 사랑하는 외할머니를 떠올렸고, 그 일을 멋지게 해결하기 위해 쓴 작품 숙제는 나탈리를 더욱 곤경에 빠뜨리는데....

친구들과의 우정, 외할머니와의 다정다감한 교감, 이해심 많은 선생님의 배려 덕분으로 나탈리의 고민이 조금식 풀려가는 과정이 사실적이면서도 따뜻하게 그려지면서 아이는 혼자 자라지 않고 친구와 부모님과 함께 자라고 있음을 깨닫게 해준다. 또한 나탈리의 시선을 통해 노인문제를 다루면서 화려하고 건장했던 젊은 시절을 뒤로하고 초라하고 힘없는 존재가 되어 버린 노인들은 처음부터 그런 모습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고, 질병과 노년과 죽음은 그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삶의 본질적인 문제들임을 생각하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