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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에세이|논픽션 > 수상록/산문집 > 진다방 미스 신이 심은하보다 이쁘다 - 서재영 지음 부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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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다방 미스 신이 심은하보다 이쁘다 - 서재영 지음 부키 [중] 속지약간변색 첫장메모있음
소비자가 : 8,500원
판매가격 : 2,000원
적립금액 : 20원
제조회사 : 부키
모델명 : 8985989790
[승71]2008
수량 EA
 
   

 
상품 상세 설명
 
 
[중고] 2005  280쪽 




쓸쓸한 사십 대들의 유쾌한 난장亂場 _사십 대가 쓴 사십 대를 위한 산문집
요즘 시골 읍내에 가면 다방, 당구장, 호프집이 정말 많다. 읍내 다방에 새로 아가씨가 오면 주변 모든 동네 아저씨들의 화젯거리가 될 정도다. 당연히 읍내 다방의 주 고객은 이런 아저씨들이다. ‘농사꾼들이 일은 않고 뭔 짓이냐’며 곱지 않은 눈길을 보내는 사람도 있겠다. 하지만 읍내 다방에 꼬여드는 불나방 같은 남정네들의 은근짜한 농탕질을 ‘홍당무를 마다하지 않는 늙은 말’ 같은 동물적 본능 탓으로만 돌릴 수 있을까?
“이 시골 바닥에서 중년 남자 셋이 만나서 할 수 있는 일은 당구를 치거나 술을 마시거나 다방에 가거나, 또는 그 세 가지 일을 모두 섭렵하거나 하는 일뿐이다. 그보다 더 건전한 놀이를 하며 지내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어쨌든 우리들은 그렇게 지낸다.” (38쪽)
작가의 말처럼, 이것이 시골에 사는 중년들의 ‘놀이’이고 ‘문화’이다. ‘백날 농사지어 봤자 손에 쥐는 것은 빚 문서뿐’인 이들에게 ‘진다방 미스 신’은 어쩌면 ‘탈주’이고 ‘구원’일지 모르는 것이다. 이것을 간단히 ‘욕정’으로 치부할 수 있을까? 그러기엔 현실이 너무 고약하다. 고약한 건 이런 현실만이 아니다. 나이도 그렇다. 사십 대, 중년. 살아 온 날과 살아 갈 날이 비슷한 이들에게, 과연 세월의 흐름과 정신의 성숙은 비례해 온 것이었을까. 작가는 독백한다.
“이 나이에 이르러 생각해 보면 내 삶에도 제법 굴곡이 있었다. 시래기처럼, 모진 바람과 추위에 얼었다가 따뜻한 햇살에 녹기도 했던 것이다. 그래서 좀 더 단단해지고 생각이 깊어졌을까. 아쉽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짧은 혀와 얕은 머리로 이리저리 휩쓸리며 살아왔을 뿐이다.” (280쪽)
작가의 독백처럼 인생을 더욱 쓸쓸하게 만드는 것은 난장판 같은 현실보다, 나이가 들수록 불쑥불쑥 치고 들어오는 ‘삶의 중심’에 대한 허기이다. 이것은 결을 달리할 뿐, 양복에 넥타이를 매고 무언가를 향해 쫓기듯 나아가는 사십 대 도시인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시골 구석 다방에서 농탕질을 일삼는 한량(?) 같은 작가의 이바구에 깊이 동감하게 되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소름끼치는 리얼리티 - 풍자로 담아 낸 삶의 진실
2005년, 이 땅의 시골을 규정하는 키워드는 무엇일까? ‘푸근한 인심, 전원생활의 여유, 따뜻한 가족애’ 따위를 들이댔다가는 따귀 맞기 십상이다. 오히려 ‘절망, 고독, 파편화’ 따위가 더 적절할 것이다. 시골에 고향을 두고 있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볕이 들지 않아 대낮에도 형광등을 켜 놓아야 하는 그 작은 방에서 아들과 한겨울을 나면서 지루해 죽을 뻔했다는’ 채원이 아빠(27쪽), 군대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비 내리는 밤중에도 제식 훈련 하는’ 정우성(30쪽), ‘공부 잘하고 음전한 아이였던 단발머리 소녀가 중년의 촌부가 되어, 몹쓸 병에 걸린 병자가 되어 고향에 남’은 향이(48쪽), ‘공식적으로 두 번 결혼을 했고 한 번 동거를’ 한 뭐시기(201쪽)가 우리가 버리고 온, 아니 기억 속에서 삭제하다시피 한 고향에 남은 이들의 모습이라는 것을. 또 알 것이다. 이곳저곳 시골 다방을 전전하는 ‘진다방 미스 신’(29쪽), 남편 죽고 ‘그동안 바람깨나 피우고 살았’다는 은하수 다방의 나 마담(38쪽), ‘촐싹 맞게, 네 네 좋습니다, 하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푸른 이리의 후예들인 몽골 출신 노동자들(162쪽)이 시골이라는 퍼즐의 한 조각을 구성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것은 외면하고 싶지만, 외면할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이고 삶이다. 작가는 너무도 생생하고 적나라해 소름이 끼치는 이런 현실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유쾌한 글쓰기 - 농담처럼 잡힌 세상사
하지만 서재영은 쓸쓸한 사십 대를, 무너져 가는 농촌을, 서러운 삶을, 고발하듯 날카롭게 드러내지 않는다. 농담처럼 실실 흘러나오는 그의 말을 듣고 있자면 가끔 갈비뼈가 스멀거리기도 하고, 눈물나게 재미있기도 하다. 그래서 언뜻 한량이나 다름없어보이는 작가의 일상은 삶에 대한 긍정과 어눌한 듯 능청스럽게 뱉어 내는 그의 말로 묘하게도 우리의 마음을 웃음으로 위로한다. 그의 글은 물처럼 흐르고 바람처럼 너울대다 스리슬쩍 넘어가는 마당극의 질박한 육담과 푸근한 해학으로 흘러넘친다. 이 책을 읽는 첫 번째 즐거움이 바로 여기에 있다.

가장 근대 산문다운 품격 - 외로움이 거둔 열매
인터넷에 올린 글이라서 이 글을 ‘잡글’이라고 쉽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우리가 굳이 이 글을 ‘산문’으로 대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단지 글쓴이가 ‘소설가’이기 때문인가? 시인 김사인은 추천사에서 그 이유를 이렇게 밝히고 있다. “어떤 감동도 환상도 쉬 허락되지 않는 무망한 나날들을 온몸의 배밀이로 건너가는, 그 궁여지책의 배밀이를 또한 궁여지책의 글감으로 삼아 이루어지는 묘하게도 쓸쓸한 이 글들은, 그런데 뜻밖에도 가장 근대 산문다운 품격을 선명하게 구현하고 있다.” 이것은 “황무지나 다를 바 없는 자신의 척박한 삶을 수용하며 진솔하게 살고 있는 그의 글은 외로움이라는 뿌리를 가져야만 꽃 피우고 열매 맺을 수 있다는 진실을 조용히 환기시킨다.”는 조은 시인의 말과도 통한다. 자신의 내면 깊숙한 곳에서 무언가를 길어 올리기 위해, 존재를 처절한 쓸쓸함과 외로움의 상태로까지 밀어붙이는 작가의 용기가 이런 찬사를 가능케 했던 것이 아닐까? 이것이 이 책을 읽는 두 번째 즐거움이다.  


서재영

이 책을 쓴 서재영은 일천구백오십구년 지금은 고속도로가 가로지르지만 당시에는 벽촌과도 같던 충북 음성군의 금왕에서 태어났다. 그런 그가 서울로 상경하게 된 것은 중학교 3학년 때의 일로, 막내아들의 출중한 재주를 눈여겨본 부친의 강제에 의해서였다. 하지만 대처에 나온 그는 얄궂게도 세계 문학 전집 등 이른바 방문좌도傍門左道의 책들과 조우하게 되면서, 일천구백구십삼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그 여름의 유산>으로 등단할 때까지 내내 문청 생활을 벗어나지 못했다. 때로 절에 불목하니처럼 얹혀 지내기도 했으나 결국 불법과 연을 맺지는 못하고, 남들처럼 희망과 좌절과 사랑과 이별을 겪으면서 한 시절을 보내던 그는, 소설 몇 편을 발표한 후 뒤늦게 결혼을 하고 나서 바로 경기도 안성으로 내려간다. 어느 산자락 아래서 숨어 살다시피 하면서 음서농주吟書弄酒로 세월을 보낸 그 시절은 산다는 게 무언지 골몰하며 지낸 때였던 듯하다. 지금은 태어난 곳에서 가까운 음성의 가산이 마을에서 조촐하게 농사를 짓고 된장을 만들며 살고 있다.  



목차

책 머리에
추천사

이천일 년
백운산 그늘에서
진다방 미스신이 심은하보다 이쁘다
변비에도 효험이 있을 듯한 처방 하나
아미타불!
쓸쓸하고 적막한 밤
심은하보다 이쁜 미스 신은 사라지고
비 내리는 밤중에도 제식 훈련 하는 정우성
서울, 그 가깝고도 먼 곳
무극 장날
은하수 다방의 나 마담 이야기
당분간 단주를 해야겠다
마이산 등정기
품 파는 일, 글 쓰는 일
향이라는 여자
하회 마을 길안댁에서 하룻밤
절대로 배달하지 않는 중국집
산다는 게 별것 없어
오토바이 타고 온 정우성이가 건내준 호박죽을 먹다
열두 명의 수색 대원
장승포여관, 부서진 선풍기에 대한 기억
서울 어디 옥다방에서
남색 치마 같은
비얌 그리고 두더지
느티나무에 얽힌 유쾌한 해프닝
서울, 2호선 지하철에서
덥긴 덥네
벌집 사냥
정우성이도 참...
만남다방의 경희
폭우, 가산이 강타!
그 사람도 이제 집 한 채 사서 산다
내게 고추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을까
영 호프Young Hof
참새 한 마리
그래도 술 한잔 하고 싶은 밤
배추 밭 흰 나비
칼국수 맛있게 먹는 법
푸른 버드나무 길
잠시 멈춤
과연 무엇이 남을까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
가는 세월

이천이 년
간만에 길에 나서려니
이런 밤에는
꿩, 그리고 부고
시골에 산다는 것
푸른 이리의 전사들
통증
산사태 그리고 노란 우비
오늘 밤엔 글을 써야 하는데···
달방, 달꾼, 달빛
그저 참혹할 뿐
그래도 어찌 꿈꾸지 않겠소
한가로운 오후
오로지 도토리에만 내 마음을
청국장 뜨는 밤 이야기
무쇠 솥처럼

이천삼 년
이런 경우
옛날 자동차 주인
꿈 속, 또는 꿈 밖의 연 이야기
뭐시기 후기
지닝이
달빛 아래 진득찰을 보고 눈물을
지난 저녁
서럽던 마음이 사라지니

이천사 년
대보름 단상
아버지, 달빛이라도 흩뿌려 주십시오
올해의 장 담그기
어머니, 당신 마음에도 봄이 왔을까요?
식구食口
소주 한 잔
칼을 만들지 않으면
장마는 오지 않고
민물새우, 수연다방
번개탄
이 답답하고 아득한 마음은 무얼까
시래기를 엮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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