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서점 [차세대 IT혁명과 아시아적 발전 모델 - 사카무라 겐, 김용인, 최운식 공저 동방미디어]

IT 산업의 발전에 대해 맹목적인 미국 흉내내기에서 벗어나 독자적이며 아시아적인 정보화 모델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하는 도쿄대 사카무라 겐 교수의 저서. 저자는 PC와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미국식 정보화 모델을 무작정 따라가는 것보다는 각 나라의 실정에 맞게 새로운 정보화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컴퓨터 학계에서 저명한 권위자로 알려진 저자는 미국식 IT 발전 모델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따라잡기, 추월하기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하면서 자신이 독자적으로 제창했던 모델인 '트론 프로젝트'에 대해서 소개한다.

이 책은 IT 와 관련하여 한국사회의 실정에 맞는 독자적인 정보화 모델이 있는지, 또 그 모델을 어떻게 구축해야하는가에 대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출판사 서평

"아시아에서 힘있는 나라들은 힘겹더라도 미국식 모델과 다른 독자적인 모델을 추구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미국이 불황이면 아시아도 불황에 빠지게 되고 만약 호황이 되더라도 그 이익은 인프라를 독점하고 있는 미국 회사들에게 고스란히 되돌아가 버리고 맙니다. IT 분야에서 충분한 능력을 지닌 한국과 일본은 미국 경제가 불황이 되면 두 나라가 분발하고, 우리 쪽이 좋지 않을 때는 미국의 도움을 받는 국제적 보완 관계를 실현해야 할 것입니다. 글로벌 스탠더드가 "세계표준 불황"을 의미한다면 그것은 세계 - 물론 미국을 포함해서 - 에도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닙니다." (저자의 한국어판 서문 중에서)

미국 흉내내기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정보화 모델로 새로운 컴퓨터 체계를 구축한 사카무라 겐 도쿄대 교수의 역저

흔히 IT라 불리는 정보통신 기술은 미국 정부가 군용으로 쓰이던 인터넷을 민간용으로 개방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이후 IT는 세계적인 붐을 일으켰고, IT 산업은 1999년 후반부터 2000년에 걸쳐 최대의 절정기를 맞이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기간은 그리 길지 않았습니다. 2001년 들어 하강선을 그리더니 연말에는 밑바닥에 이르렀습니다. 지금도 정보통신 분야의 경기는 여전히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을 비롯하여 일본, 한국은 물론 전 세계가 그러한 실정입니다. IT 불황은 미국의 통신 자유화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에 따라 통신 업계는 큰 불황을 맞게 되었고 그 여파가 반도체 업계에까지 미치게 되었던 것입니다. 반도체 업계는 다소 진정의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경기의 완전한 회복은 불투명합니다. 꼭대기에서 바닥으로 추락한 IT 업계의 급격한 변화는 불과 1, 2년 사이에 일어난 일입니다. PC와 인터넷이 전 세계로 급속히 보급되었다는 것을 고려할 때 이처럼 관련 업계가 최악의 상태로 빠져든 것은 마치 드라마틱한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이 같은 급격한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것이 모두 미국이라는 사실입니다. 인터넷의 기반 기술인 네트워크와 PC로 IT 붐을 조성한 미국식 정보화 모델이 이 영화의 주연배우인 셈이죠. 한편으로는 미국식 모델에 영향을 받지 않고 일본에서 고수익을 올리고 있는 회사도 있습니다. NTT 도코모가 그런 회사입니다. 해외 투자에 실패하여 상태가 조금 좋지 않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10조 엔 가까운 이익을 내고 있습니다. 미국식 모델과 다른 "인터넷에 접속 가능한 휴대전화"라는 독자적인 일본식 모델 위에 세워진 회사이기 때문입니다. IT에서는 웨어러블(Werable) 정보 단말기라는 새로운 모델만이 자기 페이스를 놓치지 않고 있었던 것이죠. 미국식의 "PC와 인터넷" 모델을 따라간 일본 기업들은 실패를 거듭하고 있지만 "인터넷에 접속 가능한 휴대전화" 모델은 훌륭하게 성공하고 있습니다. PC로 돈을 버는 회사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인텔사와 마이크로소프트사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상당히 큰 수익을 내고 있지만, 일본의 메이커는 큰 손실을 입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이익이 증가할수록 일본 메이커의 이익은 감소하는 셈이죠.

이런 점을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일본에 불어닥친 불황의 원흉은 바로 막연한 미국식 모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무 생각 없는 "미국식 모델 따라가기"가 이 같은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식 모델에 대한 대안으로 무선 인터넷을 선택한 NTT 도코모가 막대한 이익을 올린 것은 그에 대한 반증이 될 것입니다. 왜 미국이 불황인지 현상을 분석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막연한 미국식 모델에 대한 모방은 불황을 더욱 깊게 할 뿐입니다. 단순한 미국 흉내내기에서 벗어나 무언가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주제입니다. 특히 한국과 일본은 같은 아시아권에 있다는 점에서 서구 문화와 다르다는 것을 인식해야 합니다. "PC와 인터넷"이라는 모델은 전 세계에 보급되고 있는 글로벌 스탠더드입니다. 혹시 기술과 문화는 각기 독립적인 것이라는 생각을 가진 독자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실제로 그 기술을 이용해 만들어진 기계를 사용할 때의 문화적인 영향력은 매우 큽니다.

예를 들면 일본에서는 고대 한자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한자를 적절히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한 것이죠. 물론 한국에서도 한글이나 한자를 충분히 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한국의 젊은 세대 중에서 "이제 한자는 안 쓰겠다"고 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그것은 좀 잘못된 생각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일본 역시 고전에 나오는 한자 중에서 지금 세대가 읽을 수 없는 것이 많습니다. 그러한 한자는 컴퓨터에서 사용하지 말고 빼 버리자는 사람들도 일본에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나 과거의 역사에 접속할 수 있는 수단을 잃어 버리면 문화는 쓸모 없는 것이 되어 버리고 맙니다. 지금은 IT 시대입니다. 컴퓨터에서 사용할 수 없는 문자는 정보의 형태로 다룰 수 없는 시대가 바로IT 시대인 것입니다. 따라서 가까운 미래의 컴퓨터를 고려할 때 우리 선조들이 글로 남긴 문자를 전부 쓸 수 있게 해 달라는 요구가 결코 틀린 것은 아닐 것입니다.

한자 문제는 서구의 문자 모델과 큰 차이가 있고, 미국식 모델이 널리 퍼진 오늘날의 상황에서는 여러 가지 기술적, 제도적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한 인식에서부터 출발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 책에서 저는 IT 비즈니스를 통한 미국식 수익 구조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미국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제일 큰 요인은 자신이 정한 심판 기준을 모든 나라가 준수하도록 강요함으로써 이익을 올린다는 전략에 있습니다. 예를 들면 마이크로소프트처럼 PC의 인프라스트럭처(Infrastructure, 하부구조)를 지배하는 것입니다. 아시아에서 힘있는 나라들은 힘겹더라도 미국식 모델과 다른 독자적인 모델을 추구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미국이 불황이면 아시아도 불황에 빠지게 되고 만약 호황이 되더라도 그 이익은 인프라를 독점하고 있는 미국 회사들에게 고스란히 되돌아가 버리고 맙니다. IT 분야에서 충분한 능력을 지닌 한국과 일본은 미국 경제가 불황이 되면 두 나라가 분발하고, 우리 쪽이 좋지 않을 때는 미국의 도움을 받는 국제적 보완 관계를 실현해야 할 것입니다. 글로벌 스탠더드가 "세계표준 불황"을 의미한다면 그것은 세계 - 물론 미국을 포함해서 - 에도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닙니다.

모노컬처(Monoculture)적인 단일한 것을 세계에 뿌리는 것이 아니라 분산 협조적으로 각 나라가 독자적인 자신들의 방법대로 일하고 또한 상부상조하려는 마음이 지금부터 필요합니다. 세계적으로 동조할 수 있는 나라들은 상호 경쟁할 부분은 경쟁하고 서로 도울 부분은 서로 돕는 관계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것은 일본도 한국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저 미국 것을 흉내내지 않겠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일본이 안고 있는 근본적 문제들은 한국의 경우에도 예외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특히 아시아 여러 나라의 한 일원으로서 일본이 지금부터 미국과 다른 IT 모델을 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독자적인 기술이라는 것은 시대를 막론하고 그 나라의 활력소가 되며 발전의 원동력이 됩니다. 이 책이 한국 독자들에게 참고할 만한 것이 되고 한국의 독자 기술 발전에 보탬이 되기를 바랍니다.

저자 소개
저자 사카무라 겐(坂村健)
1951년 도쿄에서 태어나 현재 도쿄대학 대학원 정보학부 교수로 있다. 1984년부터 트론(TRON) 프로젝트의 리더로서 새로운 개념에 의한 컴퓨터 체계를 구축하여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현재 트론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여지는 임베디드(내장형) 운영체제이다. 사카무라 교수는 컴퓨터를 사용해 전기 제품, 가구, 주택, 빌딩, 도시, 박물관 등 광범위한 분야의 디자인까지 담당하는 종합 디자이너이기도 하다. 1999년부터 IEEE(미국전기전자학회)의 학술지인 「마이크로(Micro)」의 편집장을 맡고 있다. 사카무라 교수는 트론 프로젝트를 통해 일본의 IMT 2000을 이끌고 있다. 또한 도쿄대학 디지털박물관 및 일본미래과학관 프로젝트의 리더로서 이 분야에 큰 공헌을 하고 있다. 2001년 프리 소프트웨어 재단(FSF)의 창설자인 리처드 스톨만, 리눅스 개발자인 리누스 토발즈와 함께 ‘개방형 컴퓨터의 기본 소프트웨어 개발의 모델 제창 및 실천’의 공로로 다케다(武田) 상을 수상하였다. 『21세기 컴퓨터학』, 『트론 디자인』등 다수의 저서와 논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