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와 생쥐, 그리고 인간은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이 책은 '레고놀이'라는 생명체의 보편성을 통해 유전과 진화의 비밀을 철학적, 문학적으로 살핀다. 자콥의 그리스 신화와 동서양 문학, 예술작품을 넘나드는 해박한 지적놀이가 매력적인 가운데 현대생물학에서의 인간과 자연, 단백질과 욕망을 살펴보는 의미있는 사색을 할 수 있다.
우리 세기는 두 시기로 구분된다. 전반기는 물리학이 우세했던 시기이고, 후반기는 분자생물학과 유전공학으로 요란하지 않게 시작한 생물학이 위세를 펼친 시기이다. 그것은 핵과 환경 파괴에 버금가는 무시무시한 위험성을 안고 있다. 복제양 돌리는 히로시마 폭탄 못지않은 두려움을 준다. <파리, 생쥐 그리고 인간>이라는 단순한 제목의 책에서 프랑수아 자콥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메시지는 그토록 많은 것을 약속하고 위험성이 혼재되어 있는 생물학의 오늘과 내일에 대한 것이다.
현재까지의 연구로 얻게 되었고 또 얻게 될 생명에 대한 비밀의 열쇠가 가지는 힘과 가능성, 그리고 인간의 욕망을 깊이 성찰하고 있는 이 책은 생물학적이라기보다는 철학적이고, 과학적이기보다는 문학적인 향기를 풍긴다. 무엇보다는 우리는 이 글에서 유전 암호 해독에 대한 연구로 45세의 젊은 나이에 이미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한 생물학자의 완고한 고집을 읽을 수 있다. 여든의 나이가 다 되어서 자신이 일생을 바친 생물학 연구에 대해 입을 연 그가 던지는 화두는 21세기를 준비하는 우리에게 너무나 절실하고 소중하다. 그 까닭은 그가 해 온 고민이 우리의 과장될지도 모르는 우려와 기대를 적절히 조정해 줄 수 있기 때문이리라.
이 책에서 흥미로운 것은 두 가지 접근 방식의 결합이다. 하나는 천년을 주도해 온 금세기 말의 주된 과학인 생물학의 현주소에 대한 소개이고, 다른 하나는 과학자들이 직면하는 욕망과 가능성 사이, 상상과 실험 사이의 문제에 대한 깊은 통찰이다.
프랑수아 자콥은 기초학문의 특성이 예측불가능성에 있다는 단순 명료한 견해를 피력한다. 응용학문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알고, 어떤 것을 기대하고, 그 방법을 찾는 데만 주력하기 때문에 예측 가능하다. 하지만 기초학문은 불확실성 위에 놓여 있다. 과학적 발견의 중요성은 그것이 유발하는 놀라움의 정도에 비례한다. 태양이 지구 둘레를 도는 것이 아니라, 지구가 태양 둘레를 도는 것이다. 빛과 물질은 파동과 입자로 이루어져 있다. 시간은 공간이나 속도와 분리될 수 없다. 생물학에서도 예측불가능성과 놀라움은 과학적 진보와 발견의 열쇠이다.
사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우주와 우리 자신에 대해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을 전복시키는 떠들썩한 발견과 그 진보의 경로는 믿을 수 없을 만큼 평범하다.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뉴턴은 중대한 법칙을 발견했다. 프랑수아 자콥은 파리에 열중하였다. 파리는 작고 실험실에서 사육하기 쉬우며, 돌연변이와 교배실험에 적절하고, 특히 일년 내내 번식 가능하여 유전학 연구에 이상적이었기 때문이다. 토머스 모건과 그 동료들이 고도의 흥분과 열정, 아량과 비판 정신으로 빛나는 협동작업을 수행했던 <파리방>은 과학사의 위대한 전설이 되었다.
목차
서론
1. 예측 불가능의 중요성
2. 파리
3. 생쥐
4. 레고 놀이
5. 동질성과 이질성
6. 선과 악
7. 아름다움과 참됨
결론
참고 문헌
옮기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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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소개
프랑수아 자콥 (Francois Jacob) - 프랑스 낭시에서 태어났다. 1947년에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1950년 파스퇴르 연구소에 들어갔다. 1965년엔 유전 암호 해독에 대한 연구로 노벨 의학상을 수상하였으며 파스퇴르 연구소 행정자문위원장을 역임했다. 현재 콜레쥬 드 프랑스 세포유전학 교수 및 프랑스 학술원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책으로 <생명의 논리, 유전의 역사>, <가능성의 도박>, <내 마음의 초상> 등이 있다.
이정희 - 인하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8대학 철학과에서 ＜펠릭스 르당텍의 기계론과 진화론＞이란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 외의 논문으로 ＜다윈주의 개념의 다양성＞, ＜의학과 진화론의 상관성＞, ＜19세기 조직화 개념의 재조명＞, ＜근대적 생명 인식에 나타난 기계의 메타포＞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프랑수아 자코브의 ≪파리, 생쥐, 그리고 인간≫(궁리, 1999), 미셸 모랑주의 ≪분자생물학: 실험과 사유의 역사≫(공역, 몸과마음, 2002), 루이 알라노와 알렉스 클라망스의 ≪이기적인 성≫(웅진, 2006), 하워드 L. 케이의 ≪현대생물학의 사회적 의미: 사회다윈주의에서 사회생물학까지≫(공역, 뿌리와이파리, 2008)가 있다. 현재 연세대학교 미디어아트연구소 HK연구원으로 ‘기계와 인간의 인문학’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