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대학 옌칭 도서관 지하 서고에는 한국의 고서 4천여종이 있다. 연세대국문과 허경진 교수가 하버드 대학에 교환 교수로 가 있는 동안 그 책을 살피고 연구하여, 그 안에 얽혀있는 여러가지 이야기를 글로 쓴 것이 이 책이다. 듣도 보도 못한 책들이 아주 많은데, 조상들의 염원을 담은 <조선회전 백영집>, 박영효의 <조선삼대시>, 이상적인 관리 명부 <낙포도정>, 제주도민 항쟁을 기록한 <이재수 실기>, 하시모토 쇼요시가 필사한 10여권의 고소설 등 재미있는 것들이 많다. 단순히 책에 관한 얘기 뿐만 아니라 그 책에 우연히 끼워져 있던 독자의 편지, 부고나 부의, 낙서 등도 모두 이야기 안으로 들어온다. 그것들이 모아져 옛 사람들의 풍속과 사고, 삶의 지혜를 드러낸다.


목차

하버드대학 소장 한국 고서는 연구자들을 기다린다. - 윤충남(옌칭도서관 한국관장)
책머리에 : 책갈피에 끼어있는 사연들 - 허경진

『조선환여승람』에 끼워져있었던 독자와 발행자의 편지들
조상들의 염원을 담은 『조선회전백영집』
박영효가 일본에서 간행한 『조선삼대시』
이상적인 관리 명부 『낙포도정』
일본인이 19세기 민요를 기록한 『한어유취』
일본인의 그림일기 『제주도 그림일지』
'인천아리랑'이 소개된 『조선회화』
조선 중기의 과시를 모은 『동시품휘보』
제주도민 항쟁의 전말을 기록한 『이재수 실기』
최초로 바닷길 통해 명나라에 사신을 다녀온기록 『가해조천록』
일본인이 필사해 준 통신사 기록 『부상일기』
일본 시인이 조선 문인들과 주고받은 시와 이야기를 기록한『갑신접사록』
역관들의 시를 청나라에 소개한 『해객시초』
이상적이 청나라 문인들에게서 받은 편지를 모은 『해린척독』
하시모토 쇼요시가 필사한 10여권의 고소설
부안군 백산면 지주 집안의 10년치 추수 기록과 가계부
관청 그림으로 기록한 이력서 『숙천제아도』

작가소개

피난 시절 목포에서 태어났다. 돌도 되기 전에 인천으로 올라와 학교를 다녔지만, 기억에도 없는 목포를 고향으로 생각하며 살았다. 고교 시절부터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시를 썼고 ‘요나서’라는 시로 연세문학상을 받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도서관 고서실에 쌓인 한시 문집들을 우연히 읽게 되면서 한시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 결국 대학원 전공도 한문학으로 바꾸면서, 한시를 읽고 외우고 해석하는 일로 이십대를 보냈다. 한시의 매력에 빠지면서 그가 자연스럽게 하게 된 일은, 한시를 우리말로 쉽게 풀어내는 것이다. 당시 창작과비평사나 문학과지성사에서 현대시인선집을 총서로 출간하는 것을 보고, ‘한국의 한시’라는 시리즈를 기획·집필하였다. 1986년에 시작된 ‘한국의 한시’ 시리즈는 최치원에서 황현에 이르기까지 40여 권이 나왔다. 앞으로 100권을 채우겠다는 것이 그의 꿈이다.

요즘 그는 한시 연구 외에도 고전문학 전반에 걸쳐 선조들의 삶과 문학 활동을 연결하는 공부에 한창이다. 이미 대전과 충남지역의 누정문학 연구서를 냈고, 『한국의 읍성』이란 사진집도 냈다. 또 조선시대 사대부의 문학 인생을 다룬 『사대부 소대헌 호연재 부부의 한평생』과 당시 문인들의 어린 시절 글공부를 소재로 재미있게 쓴 『넓고 아득한 우주에 큰 사람이 산다』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이 밖에도 외국 도서관에 소장된 우리나라 고서를 다룬 『하버드 대학 옌칭 도서관의 한국 고서들』과 『시경』에 나오는 식물을 고증·해설한 『시명다식』(공역)은 인문 탐서가의 필독서로 꼽힌다. 목원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를 거쳐, 지금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