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의 미디어 홍보물을 기획했던 카피라이터 송치복의 광고 창작론. '생각의 축지법'이라는 제목이 암시하듯 이 책은 클라이언트와 대중을 사로잡는 한 줄의 카피를 위해 오늘도 밤을 지새우는 '광고쟁이들'의 고민을 덜어 주기 위해 쓰여졌다. 저자는 '제품·타깃·트렌드'라는 광고의 요소를 '地·人·天'이라는 동양의 개념으로 치환한 뒤, 이를 다시 '물결·마음결·바람결'로 확장시키고, 최종적으로 '天地人陰陽徹法 相通一脈風流道'(천지인음양철법 상통일맥풍류도 : 생각이 땅과 사람 사이를 자유롭게 여행하면서 모든 사물을 빛과 그림자로 꿰뚫어 보고 서로 통하는 하나의 맥을 잡아 결을 타고 자유롭게 하늘을 나는 길)라는 키워드를 생각의 대전제로 제안한다. 섬광 같은 아이디어만을 기다리며 노심초사하는 창작자들의 '백지의 공포'를 달래 주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남을 설득하는 일이 어디 광고뿐이겠는가. 모든 비즈니스와 세상살이가 남을 설득하는 일이기에 이 책은 '광고판' 밖에서도 의미를 갖는다. 요컨대 『생각의 축지법』은 '설득의 기술'에 관한 일반서다. 1부에서는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를 비롯한 저자의 히트 카피가 과연 어떠한 '축지법'으로 만들어졌는지를 설명하고, 2부에선 후배 광고인들을 위한 촌철살인의 경구들을 풍부한 비유로 들려준다. 권말 부록에서는 대선 광고의 기획 과정과 전략을 처음으로 공개한다. 세상을 쥐락펴락하는 매스미디어 광고 제작 현장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카피라이터 송치복의 오랜 경험과 모색이 낳은 탈서구 창작론 『생각의 축지법』, 일독을 권한다. 읽는 이의 '생각 스타일'을 맵시 나게 가꿔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