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란의 독송적 마력
　
“주의 이름으로 암송하라”
　
독송적 마력. 문자 그대로 꾸란의 뜻은 ‘읽기’ 혹은 ‘읽어야 할 것’이다. 꾸란은 ‘분명한 아랍어’로 천사 가브리엘을 통해 마호메트에게 계시하신 말씀이다. 꾸란 그 자체가 이슬람이다.
꾸란은 리드미컬한 산문과 대서사시, 한 곡의 교향곡이 한데 어우러져 녹아 들어가 있는 숭고한 텍스트이다.
꾸란은 절대 ‘흉내낼 수 없는’ 독특함을 지니고 있다. 고리처럼 연결되어 있는 각 단어와 문장, 장중하고 아름다운 언어, 정확하고 경제적이며 세밀한 문체. 문장이나 문장부호 같은 것에 변화를 준다거나 개악을 하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하다. 인간의 능력으로는 꾸란에 쓰인 것과 같은 문학적인 특성을 지닌 문장을 단 한 줄도 만들어낼 수 없다.
꾸란은 독특한 언어와 짜임새로 되어 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암기하기 쉽다. 글의 형상과 생생한 문체로 인해 암송에 속도가 붙는다. 어린 무슬림들은 아주 어렸을 적부터 꾸란 암송법을 배워 어른들처럼 전 구절을 암송하게 된다.
인류가 유일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암송할 수 있는 책이 꾸란이다. 어느 때라도 하피즈 즉, 꾸란의 전 구절을 암송할 수 있는 사람들은 그야말로 수백만에 이르는 것이다.

　
꾸란의 번역은 가능한가.
　
[꾸란의 번역] 문자로 옮겨진 하느님의 말씀인 꾸란은 마호메트에게 계시될 때의 언어, 즉 아랍어로 쓰인 꾸란만이 진정한 꾸란이다. 번역본은 결코 ‘남녀를 불문하고 눈물을 흘리게 하는 바로 그 소리’,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조화음을 지닌 꾸란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번역본은 꾸란에 담긴 낱말 뜻 정도나 유추해서 보여주려는 시도에 불과하다.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무슬림들은 꾸란을 원본에 쓰여진 본래의 아랍어로 암송하는 것이다.
　
이슬람 세계에 대한 체계적인 학문 연구를 위한 목적이 아니라면 꾸란의 원문 번역은 사실상 무의미하다. 그러한 취지에서 이 책은 꾸란에 담겨 있는 사상과 그 철학적 의미, 지혜의 깊은 보고를 보여주기 위해 여러 가지 삽화와 계시를 재미있는 이야기로 엮어 묶었다. 꾸란을 살펴보는 일은 궁극적으로 이슬람을 이해하고, 그들의 내면적 성찰을 엿보며, 더 나아가 편견에 사로잡혔던 철학적 반성과 의미를 체화시키려는 노력의 소산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이야기들을 감동적인 문학작품으로서 대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우리에게 알려진 단일한 어떤 현상 가운데 꾸란만큼 종교적·사회적·정치적으로 세계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현상은 없다. 꾸란은 그 메시지를 처음으로 접하게 된 사람의 마음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쳤고, 그들의 일생동안 지속되어 후손들에게 이어졌으며, 문명이 발달해 온 전 과정 속에 이어져 왔다..... 꾸란에 담긴 주장과 의식과 지식은 그것을 신봉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지적 호기심과 탐구심을 불어넣었다. 그 결과 이슬람은 눈부신 학문, 과학 연구의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고, 그 시기에 찬란한 이슬람 문화가 꽃피었다. 꾸란으로부터 피어나기 시작한 문화는 여러 가지 방법과 경로로 중세 유럽인들의 마음에 침투했고, 서구 문화의 르네상스를 불러왔다. 그리하여 태동한 르네상스는 우리가 살고 있는 ‘과학 시대’의 문을 여는 모태가 되었다. 　
- 꾸란 번역가, 무함마드 아사드

　
이슬람교는 예수를 어떻게 보는 것일까?
　
[꾸란]은 이렇게 잘라 말한다.
　
“알라께서 보시기에 이사(예수)는 마치 아담과 같은 자이다. 그를 흙으로 만들어 놓고, 그것에 ‘되어라’라고 말하자 정말로 그는 산 사람이 되었기 때문이다.”
　
예수를 하나의 피조물로 보는 이슬람교는 예수에 의한 구원을 인정하지 않으며 ‘신의 아들’ 조차를 부정한다. 그들은 예수도 무함마드와 마찬가지로 위대한 예언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볼 뿐, 그 이상의 존재는 아니라고 한다.
이슬람교는 신과 인간 사이에 예수 그리스도와 같은 중간자를 내세우지 않는다. 신은 유일하다는 정의로부터 출발, 신은 다른 어떤 것으로부터 생겨나지 않을 뿐 아니라 다른 어떤 원리에도 따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들에게 그리스도교와 같은 ‘3위일체’는 있을 수 없다. 오로지 ‘알라’만이 유일한 신인 것이다. 또한 ‘율법종교’로서 일신교의 정통을 지킨다. 그들의 엄격한 일상 생활은 명확한 율법종교의 맥을 잇는다. 이러한 이슬람의 문화는 한 국가의 통치이념을 넘어선다. 여러 국가를 넘나들며 철저한 동맹과 융합을 꾀하고 정신적 기반으로서 그들을 한 형제로 묶는 것은 이슬람교라는 뿌리깊은 종교의 힘인 것이다.
　
‘오른손에 꾸란, 왼손에 칼’이란 문구는, 그리스도교의 비약적인 논리에서 나온 말이다. 실제로 이슬람에게 정복당한 그리스도교는 일정 세금만 납부하면 신앙의 자유와 생명·재산의 안전이 보장되었다고 한다.
비이슬람권에 형성되어 있는 왜곡된 이슬람관은 이 책《꾸란이란의 지혜》로 인해 제 모양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오랜 기간 관심을 가지고 읽어 온 <꾸란>을 주제로 한 글들을 가려 엮었다. <꾸란>에 집약되어 있는 이슬람 사상의 본질을 탐구해보고, 그들의 독특하고 깊은 정신을 편견 없이 이해하기를 바라는 저자의 마음이 담겨 있다.
　

우상숭배 절대 금지,
알라의 모습조차도 현세적 도구로 재현하려 하지 말라
　
이슬람 원리주의자 집단 탈레반이 세계의 유산인 바미안 석굴 대불(大佛)을 완전히 파괴하여 세계의 비난을 샀다. 그러나 그것은 우상 숭배 금지라는 그들 계율로 인한 사건이었다.
그리스도교에서는 모든 종파를 불문하고 어느 교회나 예배당에서도 하느님을 비롯한 예수 그리스도, 성모 마리아, 12사도, 바울, 성인, 성녀상 등을 볼 수 있다. 게다가 서양의 명화나 미켈란젤로의 조각 등을 더하면 그 수는 방대하다.
그러나 이슬람교는 알라의 모습을 그림이나 조각으로 만드는 일도, 또 그것을 우러러 받드는 일도 금하고 있다. 그러한 전통으로 인해 이슬람은 건축, 조각, 회화에 이르는 미술 분야에서 서양문명에 비해 퇴락했다고 볼 수 있다. 서양의 문물을 주도하고 일찍이 현대적 문명을 구사했던 이슬람에게 우상숭배 현현의 주도적 역할을 했던 미술 부분은 가장 큰 취약점이다. 우리가 무함마드의 얼굴조차도 알 수 없고, 이슬람교 사원인 모스크에서 알라나 무함마드는 물론 성인의 그림을 발견할 수 없는 것도 이러한 계율 때문이다.
그들은 율법에 의해서 움직이며 모든 생활양식이 율법과 밀착되어 있다. 그리스도교와 지하드(성전)를 벌이는 것 또한 그리스도교 측이 공격이나 약탈 등을 반복했기 때문에 이슬람은 무함마드의 전통에 따라 성전에 나섰다는 것이다. 실제로 십자군 원정은 이슬람 교도가 그리스도교의 성지순례를 박해했다는 이유로 시작되었으나 그것은 그리스도교의 군중 심리를 이용한 선동에 지나지 않으며, 박해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절대적 귀의
　
유대교·그리스도교·이슬람교는 모두 유일 절대신을 믿는 일신교이고 종말→최후의 심판→영원한 내세라는 과정이 일치한다.
그러나 신과 인간과의 관계, 구원의 대상과 구원자 등은 서로 크게 다르다. 유대교는 신과 ‘계약’ 관계를 맺은 것은 유대인뿐이며 구원도 유대교도에 한한다고 주장한다. 그리스도교와 이슬람교는 구원이 특정 민족에게만 해당되지 않고 모두에게 열려 있다고 본다. 그러나 과연 누가 구원자인가.
그리스도교와 이슬람교의 본질적인 대립관계가 여기에서 출발한다. 그리스도교는 신의 아들 ‘예수’를 내세우지만, 이슬람교는 절대신만이 구원자라고 본다. 세계 만물과 인류의 창조자가 유일신인 이상 당연한 것이다. 　

그리스도교와 이슬람교는 이슬람교 탄생 시점부터 이미 적대관계였다. 이슬람교는 유대교로부터 약 천 년 이상, 그리스도교로부터 약 600년 뒤에 생겨난다. 무함마드는 이 점을 살려 그리스도교와 종교적 관점의 차별을 두었고 서로에 대한 그들의 비판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 되었다.
21세기의 참혹한 전쟁이 발발한다면, 그것은 종교전쟁이 될 수 밖에 없다. 지하드로 세상을 구원하고자 하는 극단적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의 목소리는 당분간 잦아들지 않을 것이며 그리스도교의 보복전쟁 또한 완전하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대립과 반목으로 인한 아슬아슬한 평균대 위에 놓인 인류의 평화는 정말 가능할까. <꾸란>은 어떤 방향을 우리와 그들에게 제시할 수 있을 것인가.
　
꾸란의 원문은 무함마드가 천사 가브리엘이 전해주는 알라의 계시로 되어 있는데, 그 계시는 체계적이지 않고 이슬람 교의에 깊은 이해가 없는 사람들은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이슬람교도가 아닌 일반 사람들로서는 오히려 이 한 권으로 꾸란의 진수를 흥미롭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