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학교 앞에서 산 병아리는
왜 금방 죽어버렸을까?

‘삐약! 삐약!’ 초등학교에 다닐 때 학교 앞에서 할아버지가 파시던 병아리. 누구에게든 크나큰 유혹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샛노란 병아리는 학교 앞에 나타났다 하면 초등학생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연예인 같았다. 그런데 이 귀여운 병아리들에게 슬픈 진실이 숨어 있다.
학교 앞에서 파는 병아리에 대한 소문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양계장에서 누락된, 하자가 있는 병아리라는 소문 말이다. 이 소문은 거짓이다. 아마 학교 앞에서 병아리를 데려와 제대로 길러보지 못한 사람이 많기 때문에 그런 소문이 퍼지게 된 것 같다. 굳이 하자라면 학교 앞에서 팔리는 병아리들은 모두 수컷이어서 알을 못 낳는 것이 하자다.

왜 학교 앞에서 파는 병아리들은 전부 수컷일까. 알을 못 낳으면 상품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양계장에서는 보통 ‘하이라인 브라운’이라는 하이브리드 산란계종인 닭을 사육해 알을 생산한다. 이 종의 특징은 병아리 때 항문을 보고 성판별을 하는 번거로움을 덜기 위해 암평아리는 갈색, 수평아리는 노란색을 띠게 계량했다. 따라서 알에서 병아리가 부화하면 성판별이 육안으로 바로 된다. 부화 후 성판별이 끝나면 대부분의 수평아리는 분쇄기에 들어간다. 쉽게 말해 죽는다. 그리고 살아남은 소수가 학교 앞으로 출하되어 나오는 것이다. 불행 중 다행인 셈이다. 그런데 그나마 살아남은 병아리들조차 사육을 제대로 못하거나 충동적으로 샀다가 책임감 없이 버리는 주인을 만나 짧은 생을 마감하게 되었던 것이다.

박상기 포스텍 생명과학과 교수는 말했다. 세상을 바꾼 위대한 발견과 역사를 만든 훌륭한 연구도 순수하고 작은 호기심에서 출발했다. 에디슨이 그랬고 파브르가 그랬다. 우리가 이 책의 저자인 작은 동물학자에게 기대를 걸어볼 수 있는 근거다. 장이권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는 저자를 이렇게 기억한다. 고등학교 3학년인 저자는 장화를 신더니 익숙한 동작으로 차가운 얼음물에 뛰어들었다. 대학원생들은 머리전등으로 물웅덩이를 비춰가며 개구리를 찾는 반면, 저자는 얼음물에 손을 넣어 개구리를 찾았다. 결과는 확연하게 차이가 났다. 순간 저자가 진정한 ‘프로거 frogger’가 될 수 있으리라고 느꼈다. 장교수는 언젠가 저자와 동료로 야외연구를 같이 하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감탄했다.

저자가 동물을 바라보는 시선을 따라 우리만 몰랐던 동물들의 세계를 만나 보자.

목차

진정한 프로거를 응원한다
작은 생물학자의 실험실

식초를 좋아해서 초파리
인간을 닮은 개미
물방개와 함께 있던 게아재비는 어디로 사라졌을까
누에나방은 왜 날지도 먹지도 못하게 되었을까
두 검은 전사의 결투
사마귀의 잔혹한 숙명
모기 없애는 잠자리
매미의 목숨을 건 세레나데
제 5의 비극, 귀뚜라미와 밀웜
꿀 한 방울도 나눠먹는 나비와 벌
금붕어의 생은 짧고 의술은 길다
청개구리는 울지 않는다
학교 앞 병아리가 금방 죽어버리는 이유
비둘기를 욕하지 말라
새대가리는 새한테 쓰면 안 되는 말
탈옥수 햄스터를 공개수배합니다
온도가 성별을 결정짓는 도마뱀
토끼 귀를 잡는 건 예의가 아니다
페릿의 주인이 되려 하지 마라. 친구가 되어라
하루라도 고슴도치를 쓰다듬지 않으면 가시가 돋친다
“한동안 날 찾지 마시오” -붉은귀거북-
식인상어는 없다
바다표범을 미끼로 북극곰을 사냥하는 범고래
티라노사우루스가 백악기의 하이에나였다고?
식충식물의 달콤한 유혹
과일을 맛있게 먹는 네 가지 방법
내 맘대로 발효
흑산도가 알려준 것들
누가 미산계곡을 더럽히는가
도심 속의 자연, 반딧불이학교
양날의 칼, 생명공학
동물이 행복한 동물원

작가소개

저자 : 김진영
저자 김진영은
장난감을 가지고 놀이터로 가는 대신
잠자리채를 들고 뒷산으로 달려가던 아이.
핸드폰과 애완동물 중에 망설임 없이
애완동물을 택한 학생.
책상보다 실험테이블을, 실험테이블보다
현장탐사를 좋아하는 작은 동물학자.
현재 경기고등학교 과학중점과정 3학년에 재학 중이며,
최재천 석좌교수가 이끄는 이화여대 에코과학부에서
객원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