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예철 한양대 중문과 교수가 사전 편찬에 매달린 지 14년 만에 ‘동아 중·한사전’(두산동아)을 펴냈다. 표제자만 2만 자를 웃돌고, 전체 어휘수는 17만 개로 3000여 쪽에 달하는 방대한 사전이다. 손 교수가 편찬한 사전의 특징은 표제자 이외에 다른 자체 글자들의 내원을 모두 밝힌 것. 예컨대 ‘철’(철)자는 대륙에서 쓰이는 간체자 ‘철’을 대표글자로 하고, 철(본자·본자), ‘철’(고자·고자) 식으로 기술했다. 손 교수는 “이전 사전에서는 글자의 내원을 정확히 밝히지 않아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어왔다”고 말한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대거 등장한 인터넷 용어, IT관련 용어나 환경관련 신조어도 대폭 수용했다. ‘왕민’(망민·네티즌) ‘왕랴오’(망료·인터넷채팅) 같은 용어들이다.
기존 중한사전과 다른 점은 또 있다. 표제자 배열을 간체자 위주로 배열한 데 비해, 이 사전은 간체자가 기존의 정체자(정체자)를 강제로 병합한 경우, 유래를 확실히 알 수 있도록 정체자별로 표제자와 표제어를 분석했다. 모든 표제자에 우리말 훈독을 덧붙여 종래 옥편 기능을 겸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도 이채롭다.
손 교수는 중·한사전 편찬을 결심한 때가 ‘87년 12월 17일 오후 1시쯤’이라고 또렷이 기억한다. “몇몇 교수들과 대통령 선거 결과에 대한 한담을 나누던 끝에, 정치 문화수준은 결국 우리 학문 수준을 반영하는 것이란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문화 건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생각한 끝에 사전 집필에 들어갔습니다.” 손 교수는 “내년에는 휴대용 콘사이스를, 이듬해에는 탁상용 대사전을 펴낼 계획”이라고 했다.

손예철 - 서울대학교 중문과를 졸업하고, 국립대만대학교에서 문학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주요 저서로 <은대정복인물통고>, <동아 프라임 中韓사전>, <새로 엮은 대학중국어>등이 있다

[삭제]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