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만장한 인생무대에 섰던 작가 김승길이 쓴 '장편실화소설'이다. 자신의 삶의 체험을 대변하고 있는 이 소설에서 '그는 인생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출판사 서평 김승길은 1992년 오십이 넘은 나이에 <한국일보> <경향신문> 신춘문예 희곡 부문에 동시 당선하여 화제가 되었던 인물이다. 그가 데뷔 후 10년 만에 장편소설을 펴냈다. 그 자신의 이야기를 다룬 자전적 실화소설 <인생>이다.
엿장수, 침선생, 거지, 물장수, 채소장수, 역술가, 물리치료사, 건달, 합기도 사범, 작가, 연출가, 강사, 기업체 사의 면접관... 그리고 '학생'에 이르기까지 사회적으로 그에게 붙여졌거나 불려졌던 이름은 수없이 많다. 그만큼 그의 '인생' 이 파란만장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 소설은 조그마한 섬 마을에서 태어난 주인공 조석달이, 평생 술에 취해 살면서 중학교에 진학시켜주지 않는 아버지의 처사에 불만을 품고 자력으로 공부를 하기 위해 가출하면서부터 겪게 되는인생 역정을 그리고 있으며, 그 시대적 배경은 1960년대부터 90년대에 이르기까지 약 사십 여 년에 걸쳐 있다.
주인공 조석달은 그 시대를 어렵게 살아온 이들의 한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것이 있다면 세상살이의 굴곡이 많을수록 그에 맞서 굽히지 않으며 자신의 '인생'을 '자기답게' 하려는 성찰과 의지가 투철했다는 점일 것이다.
주인공 조석달은 매우 검소하고, 성실한 사람이다. 또한 자신에게 주어지는 시련과 고통을 끊임없이 받아들이고 이를 극복하고자 노력하는 성품이다. 어쩌면 자신의 인생을 험지에서 떠돌게 한 장본인일 수도 있는 아버지와의 화해를 보여주는 다음과 같은 대목에서 그의 품성의 단면이 잘 드러난다.
...어떤 사람이 부모 가슴을 아프게 할 때마다 그 애비는 기둥나무에다 못을 하나씩 박았다.많은 세월이 지난 뒤 기둥엔 못이 빽빽하게 들어찼다.다시는 못을 박을 자리마저 없었다.그제야 아들은 한없이 눈물을 흘렸다.지금부터 부모한테 효도를 한 번 할 때마다 아버지가 박았던 못을 하나씩 뽑기로 했다.그리고 불효한 것만큼의 세월이 지나서야 그 못을 다 뽑을 수 있었다. 그러나 기둥에 남은 자국은 어떤 방법으로도 원상 복귀가 되지 않았다. - 본문 중에서
세상은 날로 각박해지고 메말라 가고 있다. 급변하는 사회와 삭막해지는 인정이 우리 삶들을 더욱 지치게 한다. 파란 만장한 인생무대에 섰던 작가는 <인생>이란 소설로 자신의 삶의 체험을 대변하고 있다. 바꾸어 말하면 그 처절한 슬픔이 빚머내는 섬세한 우리들의 주변 이야기가 곧 '인생'이다. 소설 <인생>에는 그러한 인생이 펼쳐져 있다. 새삼 '인생이란 무엇인가?'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서정범 (경희대학교 명예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