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현지 특파원의 생생한 러시아 리포트. 러시아의 국민주 보드카에서부터 백만 송이 장미의 진실, 푸틴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우리와는 '먼 나라'로 여겨졌던 러시아를 가깝고 친근하게 느낄 수 있는 글을 담았다.
우리에게 러시아는 그야말로 멀고도 가까운 나라다. 남북으로 갈라져 한쪽에서는 영어를 제2의 모국어로 삼았고, 또 한쪽에서는 러시아어를 제2의 모국어로 삼았다. 우리가 선진 문물을 배우기 위해 미국으로 유학 가는 동안, 또 한쪽에서는 러시아로 유학을 떠났다. 냉전 이데올로기 속에서 러시아는 철의 장벽으로 둘러싸인 얼음 공화국으로, 속내를 알 수 없는 나라였다. 오죽하면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을 ‘크렘린’ 같다고 했을까. 하지만 이제는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유럽까지 여행할 날도 얼마 남지 않은 듯하다. 빠르게 변화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러시아는 우리의 일상 속으로 파고들 만큼 친숙해졌다. 그렇다고 해도 여전히 러시아는 우리에게 미지의 나라로 남아 있다. 우리가 고작 알고 있는 것은 초코파이가 가장 많이 팔리는 나라, 40도가 넘는 보드카의 나라, 톨스토이와 도스토예프스키라는 대문호를 탄생시킨 나라, 레닌과 스탈린으로 상징되는 공산주의의 원조였던 나라, 그리고 지금은 푸틴이라는 만만치 않아 보이는 대통령이 통치하고 있는 나라 정도일까.
이 책에는 저자가 3년간 모스크바 특파원으로 근무하면서 보고 듣고 공부한 러시아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특파원이라는 직업상 그가 들여다보는 러시아는 단지 문화적인 외피에 그치지 않는다. 마피아가 판을 치고, 평균 연령 44세인 과두 독점재벌들(올리가르히)이 러시아의 정치와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그야말로 돈과 권력이 복마전처럼 얽혀 있는 러시아의 내부를 흥미진진하게 펼쳐 보인다. 게다가 월급이 고작 200달러에 불과해도 꽃값으로 150달러를 쓸 줄 아는 러시아의 낭만과 공포정치 하에서 잠시나마 숨통을 틔워주던 러시아의 멋진 유머들도 놓치지 않고 소개하고 있다. 또한 『고요한 돈 강』의 저자 숄로호프가 농부들과 함께 보드카를 마시는 사진(이 사진을 찍은 사진작가는 소비에트의 위대한 작가의 이미지를 손상했다는 이유로 숙청당할 뻔하기도 했다), 흐루시초프가 당시 소련 공산당 정치국원들과 야외파티를 즐기는 사진, 최초의 우주인 유리 가가린과 염문을 뿌렸던 역시 최초의 여성 우주인 발렌티나 티레쉬코바의 결혼식 피로연 사진, 마야코프스키와 그의 연인 릴랴 브릭, 그리고 그녀의 남편이 함께 보드카를 마시는 사진 등 이 책에 담긴 희귀한 사진들은 놓치기 어려운 볼거리를 제공해주기도 한다.(이 사진들은 모스크바에 있는 갤러리 Moscow House of Photography가 제공한 것이다.)
우리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듯 쉽고 재미있게 씌어졌지만 러시아의 정치, 경제, 문화 그리고 역사를 아우르는 방대한 주제와 친절한 덧붙임 글들은 러시아를 한층 더 친근하고 가까운 나라로 느끼게 해줄 것이다. 특히 책 군데군데 실린 15개의 팁(tip)은 흔히 보기 힘든 러시아의 속살과 러시아인들의 친근한 삶의 품격을 흥미롭게 보여준다.
목차
1. 러시아엔 낭만이 있다
국민주 보드카
러시아 폭탄주
여성을 위해 일어서라
백만 송이 장미의 진실
꽃 사시오 꽃을 사
늘씬한 미녀 베료자
2. 러시아엔 푸틴이 있다
푸틴은 대통령 팔자
푸틴 마피아
푸틴도 웃길 때가 있다
올리가르히의 눈물
3. 러시아엔 비밀이 있다
크렘린의 여인들
입주하면 죽는다
흐루시초프카야 오치펠
나는 이런 말을 남겼다
퍼레이드 사라지다
4. 러시아엔 가짜가 있다
노브이 루스키
인터걸과 마피아
누구를 믿으오리까
새 집 줄게 헌 집 다오
짜가려니 합니다
5. 러시아는 유럽으로 간다
피터가 서쪽으로 간 까닭은?
피터의 선물
당신들은 별장 있어?
장모가 미워요
6. 러시아는 아름답다
빨간 나라 러시아
쥐꼬리 월급
러시아 감기퇴치법
No! 다이아몬드 반지
백 루블만 내
폭탄 택시 달구지 택시
작가소개
조재익 wingjo@kbs.co.kr 010-9013-3084
강원도 원주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1991년 KBS에 입사해 사회부, 국제부, TV 편집부를 거쳐 2000년 7월부터 2004년 6월까지 모스크바 특파원을 지냈으며, 현재 KBS 사장 비서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는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와 강릉 무장고비 침투 사건, 그리고 아프간 전쟁과 이라크 전쟁 종군 취재 등 여러 현장에서 생생한 보도를 했다. 1996년 최덕근 영사 피살 사건 특종 보도와 1999년 타이완 대지진 7세 소년 구조 특종 보도로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을 두 차례 수상했으며, 2001년 아프간 전쟁 종군 취재로 관훈클럽 ‘2002 최병우 국제보도상’을 수상했다. 저서로 『탈레반은 가고 부르카는 남고』(아프간 전쟁 취재기)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