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디캔디>나 <유리의 성>을 보면서, 쓸 줄도 모르는 일어 노래가사를 외워 부르며 '공주꿈'을 키웠던 20년 전 소녀들이나, <포켓몬스터> <슬램덩크>에 열광하는 요즘 아이들이나 할 것 없이 만화는 우리들의 어린 시절을 함께 한 소중한 친구이자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매체이다.

만화의 '제2 전성시대'로 불리는 최근들어 그 독자층은 청소년, 성인층으로 확대되었으며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이런 추세로 인해 만화시장 또한 무한한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으나 우리가 느끼고 있건 그렇지 않건 여전히 우리에게 친숙한 만화의 대부분은 일본작품이며 그 지형 또한 점차 넓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왜 이처럼 일본만화에 열광하는가? 아마도 소재의 다양성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요리, 등산, 전쟁, 군사, 레저에 이르기까지 없는 것 빼고는 다 있는게 일본만화이다. 독자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입맛대로 고를 수 있다는 얘기다.

이렇듯 다종다양한 일본 만화의 재미를 한 권으로 압축, 그 맛을 골고루 느낄 수 있는 책이 나왔다. 만화평론가 오은하씨가 최근 발간한 리뷰집 <만화토피아>는 방대한 일본 만화를 놓고 어느 것을 골라 읽어야 할 지 고민하는 독자들의 수고를 한결 덜어줄 수 있는 만화정보서이다.

필자는 만화의 장르개념이 아직 뚜렷하지는 않다는 전제하에 순정ㆍ명랑 등 기존의 구분이나 전문가의 세계ㆍ판타지 등 최근의 만화 출판경향을 고려한 나름대로의 기준에 따라 12개 장르에 총 50편의 일본만화를 소개하고 있다. 이 책에 실린 만화들은 장르와 분야별 수작들과 비록 걸작은 아니더라도 중요한 경향을 대표하는 작품들이다. 대부분 우리나라에 라이센스 출판된 것들이지만 개중에는 그 사이 출판사가 문을 닫아 어느새 정본이 없어진 것들도 있고 아직 라이센스판이 나오지 않은 것들도 일부 있다.

우리에게 친숙한 꼬마친구 짱구는 평범한 한 가족이 주로 성(性)에 관한 농담을 가지고 요절복통 코미디를 빚는다는 면에서 '성인성애' 장르로, 스포츠 만화일 듯한 느낌을 주는 <레츠 고! 이나중 탁구부>는 스포츠에 관한 묘사는 거의 없고 사춘기 애들의 귀여운 성적 판타지를 보여 본만화의 새로운 경향을 엿볼 수 있는 <러버스 키스> <섬데이> <기생수>에 이르는 50편에 대한 내용이나 배경설명, 작품을 둘러싼 뒷얘기들이 필자의 맛깔스런 문체와 어울려 쏠쏠한 읽을 거리를 제공한다.